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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야구를 좋아하고 취미로 사회인야구도 하고 있어서 메이저리그 경기 역시 자주 챙겨보는 편입니다. 올해 TV를 보다가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에서 열린 ‘MLB at Field of Dreams’ 경기를 보게 됐습니다.
2021년 처음 시작된 이 경기는 2022년에 이어 올해 다시 열렸고, 2026년에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그라운드에 올랐습니다. 영화 <꿈의 구장>(원제 <Field of Dreams>)의 촬영지에서 실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모습을 보니 야구팬으로서 꽤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작 이때까지 영화 <꿈의 구장>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 경기를 보면서 이참에 영화도 한번 보자는 마음이 생겨 찾아봤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경기를 본 게 아니라, 현실의 야구를 보고 나서 영화를 보게 된 셈입니다.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만든 남자
레이 킨셀라는 아이오와에서 아내 애니, 딸 카린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옥수수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 목소리는 그에게 야구장을 만들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결국 레이는 옥수수를 밀어내고 밭 한가운데 야구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농장을 줄여 야구장을 만든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애니는 레이의 생각을 받아들입니다.
얼마 뒤 야구장에는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로 유명한 슈리스 조 잭슨이 나타납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야구선수가 눈앞에서 공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본 레이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쉽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후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 야구장에는 과거의 야구가 다시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다시 만난 사람들
레이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작가 테렌스 맨을 찾아가고, 오래전 야구선수 생활을 접고 의사가 된 문라이트 그레이엄의 이야기도 만나게 됩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야구장이 단순히 선수들을 불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레이에게는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했던 아버지와의 기억이 남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야구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운 시간을 보냈지만 어른이 된 레이는 아버지와 멀어졌고, 다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갖지 못했습니다. 레이가 이 야구장을 만들고 사람들을 찾아다닌 과정에는 자신이 놓쳐버린 시간과 아버지에 대한 마음도 함께 들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레이 앞에 한 사람이 모습을 나타내는데 바로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했던 아버지입니다. 레이는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말을 건네고 두 사람은 야구공을 주고받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장면이지만,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 밖에서 다시 만난 꿈의 구장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를 먼저 본 뒤 영화를 찾아서인지,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TV에서 봤던 그 야구장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실제 선수들이 그 장소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낭만이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사회인야구를 하다 보면 잘 던지고 잘 치는 날보다 경기를 진행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웃었던 순간이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꿈의 구장>에서 야구는 단순히 승부를 위한 운동이라기보다, 지나간 사람과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연결고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먼저 봤다면 이 영화가 왜 많은 야구팬들에게 오래 기억되는지 조금 더 일찍 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먼저 보고 영화를 찾아봤고, 덕분에 오래된 야구영화 한 편을 조금 특별한 순서로 만나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