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라라랜드> 꿈을 좇던 두 사람의 만남과 고속도로 오프닝 그리고 아카데미 해프닝까지

옴니버스로그 2026. 9. 14. 13:31

목차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수상 기록보다 아내와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나오던 밤, 둘 다 말없이 걸었던 그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뮤지컬 영화라는 말에 사실 살짝 부담을 느꼈었는데, 영화관 문을 나서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의 만남

    미아는 오디션을 계속 보러 다니는 배우 지망생,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열고 싶어 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몇 번씩 스쳐 지나가다가 결국 만나게 됩니다.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첫 만남은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다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꿈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미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고 세바스찬은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 사랑에 빠지지만, 각자의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상황도 달라집니다.

     

    세바스찬은 생계를 위해 자신이 원하던 음악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고, 미아 역시 배우가 되기 위해 계속 오디션을 봅니다. 특히 미아가 직접 준비한 공연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두 사람 모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사계절의 흐름에 맞춰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설레게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지금 다시 보니 처음 영화를 봤을 때보다 더 와닿았습니다.

     

    라라랜드

    고속도로에서 시작된 화려한 오프닝

    <라라랜드>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바로 첫 장면입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답답한 교통체증 속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차에서 내려 노래하고 춤추기 시작합니다.

    영화 시작부터 갑자기 이런 장면이 나오니 처음 봤을 때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평범한 출퇴근길처럼 보이던 고속도로가 순식간에 거대한 무대처럼 바뀌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라라랜드>는 이런 식으로 평범한 일상을 조금씩 영화적인 장면으로 바꿔 보여줍니다.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와 건물, 노을과 밤하늘까지도 그냥 배경으로 지나가지 않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라이언 고슬링의 피아노 연주입니다. 세바스찬이 피아노를 치는 장면을 위해 고슬링은 촬영 전부터 상당한 시간을 들여 피아노를 배웠고, 실제 영화 속 피아노 장면도 직접 연주했습니다. 촬영 전에는 하루 2시간씩 주 6일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고 합니다.

     

    배역을 위한 배우의 노력을 알고 다시 보면 피아노 장면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꿈을 이루고도 함께하지 못한 두 사람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처음 봤을 때보다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몇 년이 지난 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미아는 배우로 성공했고, 세바스찬 역시 자신이 꿈꾸던 재즈 클럽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함께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미아와 남편이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 클럽을 찾게 되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세바스찬이 피아노를 연주하자 미아는 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영화는 두 사람이 만약 계속 함께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그 장면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울수록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결국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서로를 사랑했던 시간도 분명했고, 각자의 꿈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나버렸습니다.

     

    저는 이 부분 때문에 <라라랜드>의 마지막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항상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를 응원한다고 해서 같은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그냥 슬픈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꼭 실패한 사랑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 분명한 흔적을 남겼고, 각자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그 시간을 완전히 잊지 못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뜻밖의 사고

    <라라랜드>는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오랫동안 기억될 장면을 남겼습니다. 당시 <라라랜드>는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주제가상까지 6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작품상 발표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상자가 잘못된 봉투를 전달받으면서 <라라랜드>가 작품상 수상작으로 먼저 발표됐고, 제작진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실제 작품상 수상작은 <문라이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대 위에서 수상작이 정정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라라랜드는 스크린 속에서도, 그 바깥 시상식 무대 위에서도 예상을 벗어난 결말을 남긴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면 작품 자체의 여운만큼이나, 이 해프닝까지 함께 따라붙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