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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양계장을 탈출한 잎싹과 오리알, 그리고 초록이를 떠나보내는 마음

옴니버스로그 2026. 9. 20. 16:28

목차


    금요일 저녁 유치원 교사인 아내가 퇴근 후 추천해 준 영화가 있는데 보면서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을 매일 보는 직업이라 그런지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OST 중에서도 '바람의 멜로디'를 특히 좋아한다면서, 그 곡 나올 때 준비하라고 미리 귀뜸까지 해줬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제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마당을 나온 암탉>을 봤는데, 그냥 닭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인 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뭔가 떠나보내는 마음이 눈에 밟혔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닭

    양계장을 나온 잎싹, 오리알을 품다

    주인공 잎싹은 좁은 양계장에서 매일 알만 낳는 삶을 살고있었습니다. 자기가 낳은 알은 품어보지도 못한 채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양계장을 탈출합니다.

     

    양계장은 탈출했지만 마당에 있는 다른 동물들은 잎싹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오갈 데 없이 떠돌던 잎싹은 저수지 근처에서 버려진 오리알 하나를 발견하고 품게 되는데, 여기서 태어난 아기 오리한테 초록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청둥오리인 초록은 자기를 낳은 게 잎싹인 줄 알고 잎싹을 엄마로 여기며 함께 살아갑니다. 이 저수지 주변에는 나그네라는 청둥오리와 잎싹을 계속 노리는 족제비 한 마리가 살고 있는데, 나그네는 위험한 순간마다 나서서 잎싹과 초록을 몰래 도와줍니다.

     

    족제비는 새끼들을 먹여 살리려고 계속 잎싹의 주변을 맴도는데, 이 족제비 때문에 잎싹의 저수지에서 하루하루가 늘 아슬아슬합니다.

    초록이가 자기 무리를 찾아가던 순간

    초록이 수영을 배우고 날갯짓을 연습하는 모습을 잎싹이 옆에서 지켜보는 장면들이 꽤 오래 이어지는데, 이 모습이 마냥 흐뭇하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초록은 크면서 자기가 다른 오리들과 생김새부터 다르다는 걸 알게 되고, 한동안은 잎싹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시기도 겪습니다. 특히 저수지에 놀러 온 다른 청둥오리 무리를 처음 만났을 때, 초록은 그들이 자기랑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방황합니다.

     

    결국 겨울이 다가오면서 초록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청둥오리 무리를 만나게 되고, 그 무리를 따라 자기 원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잎싹은 자기가 키운 자식 같은 존재를 떠나보내야 하는거지만, 붙잡지 않고 그냥 지켜보는 쪽을 선택합니다.

    마지막 장면이 오래갔던 이유

    이 영화를 아이들 나이에 봤다면 그냥 동물들의 모험 애니메이션 정도로 기억에 남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된 상황에서 이 영화를보니 마지막이 생각보다 가슴에 다가오는 부분이 많습니다.

     

    잎싹은 초록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는 걸 지켜본 뒤, 자기도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는 슬픈 결말로 끝나지 않고, 초록이가 그 이후에도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연결합니다.

     

    아내가 왜 그렇게 이 영화를 보고 울었는지 이 장면 보면서 이해가 됐습니다. 마침 그 순간 '바람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데,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