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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에서 조용히 화면을 마주하려는데, 평소 상상력이 남달라 머릿속에 온갖 기발한 이야기와 질문이 가득한 둘째 아이가 옆으로 쓱 다가와 나란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평소 판타지 세계나 귀신 이야기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이던 아이라 이번 주말 홈시네마 영화로 고른 작품이 바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였습니다.
처음에는 화려한 색감과 신나는 멕시코 음악이 반겨주는 가벼운 가족용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일 거라 가볍게 생각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흘러가며 누군가의 기억과 가족이라는 무거운 생명의 무게를 건드리는 순간,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화면을 응시하던 아이의 눈가에도, 제 눈가에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음악을 향한 꿈과 가족의 저주
주인공 미겔은 음악에 진심인 소년인데, 문제는 미겔의 집안이 몇 대에 걸쳐 음악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겔의 고고고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픈 과거가 있어서입니다. 그러다 망자의 날 밤, 미겔은 우연한 사고로 죽은 자들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고,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가려면 조상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헥터라는 인물을 만나 함께 모험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기억속에 남아 있는 가족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 전통을 바탕으로, 죽은 사람도 산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 사후세계에서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설정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으면 완전히 소멸해버리는 '최종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도 함께요. 아이한테 죽음이라는 주제가 너무 무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 영화는 죽음을 무섭게 그리지 않고 알록달록한 색채와 흥겨운 음악으로 감싸서 보여줍니다.
그래서 아이도 무서워하기보다는 "그럼 우리가 할머니 얘기 계속하면 할머니는 안 사라지는 거야?" 같은 질문을 하더라고요.
죽음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 게 이 영화의 진짜 힘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
로튼토마토에서는 평론가 신선도 96퍼센트, IMDb에서는 8점대 후반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고, IMDb Top 250에도 한동안 이름을 올릴 정도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았습니다.
백인이 아닌 캐릭터가 주인공인 몇 안 되는 픽사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보고 나서 서로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만드는 영화라,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한 번쯤 같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코코 관람 전 궁금증 Q&A
Q.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해골이 나오거나 내용이 너무 슬프거나 무섭지 않나요? A. 해골 유령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전혀 무섭거나 흉측하지 않고,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슬픔보다는 따뜻한 가족애와 유쾌함이 중심이라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Q. 영화 속에서 흐르는 음악들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특별한 대표 곡이 있나요? A.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표 곡인 'Remember Me (기억해줘)'는 영화의 주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핵심 장치입니다. 감미로운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Q. 픽사의 다른 명작 애니메이션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멕시코의 고유한 명절인 '망자의 날'이라는 이색적인 문화를 배경으로 삼아 시각적인 눈요기가 대단하며, 세대를 초월하는 가족의 가치를 눈물 나게 감동적으로 직조해 낸 서사 구조가 가장 큰 강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