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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시작할 때 설레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같은 목표를 가진 것만으로 충분히 잘 맞는다고 믿었다가 어느 시점부터 미묘하게 어긋나는 걸 느꼈습니다. 영화 <스낵쉑>은 바로 그 어긋남을 정직하게 들여다봅니다. 1991년 여름 네브래스카 시티, 매점 하나를 운영하며 부자를 꿈꾸던 열네 살 두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우정의 균열 — 돈보다 먼저 흔들리는 것
A.J.와 무스는 처음부터 창업 파트너십(business partnership)의 형태로 등장합니다. 창업 파트너십이란 단순한 친구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와 이익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결속 구조를 의미합니다. 두 사람은 현장학습 중 개 경주에 돈을 걸고, 직접 빚은 수제 맥주를 파티에서 팔려다 어른들에게 들키는 등 번번이 일을 벌이다 꼬이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동네 수영장의 낡은 매점을 맡아 운영하는 기회가 찾아오고, 첫날부터 하루 매출 1,600달러를 기록하면서 두 소년은 처음으로 진짜 가능성을 맛봅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흥미롭게 본 건 수익이 생기자마자 두 사람의 관계에 미세한 긴장감이 스며드는 방식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성과가 오히려 서로를 의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라고 부릅니다. 사회 비교 이론이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평가할 때 주변의 가까운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비교는 어른이 돼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일을 시작한 친구가 나보다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 때 느끼는 그 불편함은, 열네 살의 감각과 생각보다 닮아 있었습니다.
거기에 라이프가드 브룩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해집니다. 두 소년이 같은 사람에게 마음이 쏠리는 삼각 구도가 형성되고, 그때부터 매점을 향하던 에너지가 서로를 경계하는 쪽으로 분산됩니다. 서로를 피하는 사이 매점은 방치되고, 평소 두 사람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카마이클 형제가 그 빈틈을 파고들어 가게를 망쳐놓습니다. 솔직히 이 전개는 예상 가능한 성장 영화의 공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영어권 리뷰에서도 중반 이후 삼각 구도로 접어들면서 익숙한 성장 서사의 영역으로 흘러간다고 지적한 의견이 있었고, 저도 그 부분에는 공감이 갔습니다. 초반의 엉뚱한 돈벌이 에피소드가 주는 생기가 후반에서는 조금 옅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A.J.와 무스는 공동 매점 운영이라는 창업 파트너십으로 묶인 단짝이지만, 수익이 생기는 순간부터 사회 비교 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 브룩의 등장으로 형성된 삼각 구도는 우정의 균열을 가속화하고, 매점 방치라는 현실적 결과로 이어진다
- 카마이클 형제의 개입은 두 소년이 스스로 만든 빈틈을 외부가 채우는 방식으로, 관계의 허술함을 외부화해서 보여주는 장치다
성장 서사 — 감독의 실제 기억이 만든 차이
감독 아담 레마이어는 십 대 시절 네브래스카 시티의 수영장 매점에서 실제로 일했고, 그 경험을 각본에 직접 녹여냈습니다. 촬영도 2022년 7월 감독의 고향인 네브래스카 시티에서 6주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로 장난치다 몸싸움으로 번지는 단짝의 다툼, 어른들 몰래 일을 벌였다가 허술하게 들키는 아이들의 모습이 시나리오적으로 구성된 장면이 아니라 실제 기억에서 비롯된 디테일처럼 읽혔습니다.
오토바이오그래피컬 시네마(autobiographical cinema)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전적 영화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감독 자신의 실제 삶과 기억을 서사의 기반으로 삼아 만든 영화를 가리킵니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아마코드>나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스낵쉑>은 그 규모와 예산 면에서 이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장소와 사람과 감정을 재현하는 밀도만큼은 같은 결에 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1991년이라는 시대 배경도 이 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스마트폰도 SNS도 없던 시절, 친구와의 갈등을 문자 한 통으로 봉합하거나 온라인에서 다른 자극으로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직접 얼굴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고,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관계의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두 소년이 서로를 피하는 장면이 지금 기준으로는 더 극적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노스탤지어 마케팅(nostalgia marketing)처럼 시대감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시대가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 구조로 1991년을 쓰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를 좋게 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노스탤지어 마케팅이란 과거의 감성을 자극해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인데, 이 영화는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살려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낵쉑은 어떤 장르의 영화인가요?
A. 성장 드라마(coming-of-age film)에 해당합니다. 1991년 여름 미국 네브래스카 시티를 배경으로 열네 살 두 소년이 수영장 매점을 운영하며 우정, 첫사랑, 갈등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코미디적 요소도 있지만 감정선이 중심인 작품입니다.
Q. 아이와 함께 봐도 되는 영화인가요?
A. 주인공이 십대이지만 미국 MPAA 기준 R등급을 받은 작품입니다. R등급은 17세 미만 단독 관람이 제한되는 등급으로, 언어 수위나 성인 소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린 자녀와의 동반 관람보다는 성인 관객에게 적합한 영화입니다.
Q. 감독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가요?
A. 맞습니다. 감독 아담 레마이어는 십대 시절 네브래스카 시티의 수영장 매점에서 직접 일한 경험이 있으며, 그 기억을 각본에 녹여냈다고 밝혔습니다. 촬영도 2022년 7월 감독의 고향인 네브래스카 시티에서 6주 동안 진행됐습니다.
Q. 영화에서 1991년 배경이 이야기에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A. 스마트폰과 SNS가 없던 시대라 두 소년의 갈등과 화해가 온전히 직접적인 대면과 물리적 경험으로만 이루어집니다. 현대 배경이었다면 문자 한 통으로 해결되거나 희석됐을 감정들이 그대로 쌓이고 부딪힙니다. 그 불가피한 접촉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결론
<스낵쉑>은 완벽하게 정제된 성장 영화는 아닙니다. 중반 이후 삼각 구도로 접어들면서 초반의 생기가 다소 옅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한 번쯤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감독의 실제 기억에서 비롯된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그 특유의 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된 뒤에야 알게 되는, 단 한 번 뿐이었던 여름의 무게 같은 것이 영화 곳곳에 배어 있었습니다.
성장이란 어느 날 갑자기 어른스러워지는 사건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던 것과 정말 소중한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991년 여름의 두 소년이 그걸 배우는 방식은 투박하고 허술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