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런 세상이 실제로 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인 타임>이 그런 영화였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역시 설정이었습니다. 돈 대신 시간으로 모든 것을 계산하는 세상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버스를 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서 살아갈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무서운 설정입니다. 우리는 평소 돈을 쓰면서도 그 돈을 벌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했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시간이 돈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까
<인 타임>의 배경은 2169년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인간의 노화가 25세에 멈춥니다. 대신 25세가 되면 팔에 남은 수명을 보여주는 시계가 나타나고, 그 시간이 다 떨어지는 순간 죽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 자체가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화폐가 됩니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단순한 설정인데, 영화로 보면 상당히 긴장감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가격표를 보고 물건을 살지 말지 고민하듯 영화 속 사람들은 물건을 볼 때마다 자신의 남은 시간을 생각합니다.
커피 한 잔에 몇 분을 써야 하는지, 버스를 타려면 몇 시간을 내야 하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장 무서운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그냥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죽는다는 것.
돈이 떨어지면 다음 달까지 아끼면 되지만, 이곳에서는 시간이 다 떨어지는 순간 그대로 삶이 끝납니다. 그래서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출근 풍경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절박합니다.
주인공 윌 살라스도 가난한 지역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벌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뉴 그리니치에서는 시간이 거의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쌓여 있습니다.
영화는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누군가는 몇 시간 뒤의 삶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수십 년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걸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부자는 시간을 사고, 가난한 사람은 시간을 번다
사실 <인 타임>을 처음 보면 단순한 SF 액션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연기한 윌이 사건에 휘말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한 실비아와 함께 도망치면서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의 차이입니다. 윌이 사는 곳에서는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반면 부자들은 시간이 너무 많아서 사실상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돈이 많으면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더 좋은 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아예 수명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반대로 돈이 부족한 사람이 하루하루 자신의 수명을 팔아가며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조금 과장된 영화적 설정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돈과 시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요즘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돈이나 결제 방식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옵니다. 물론 <인 타임>의 세계가 실제로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돈이라는 것이 꼭 지금과 같은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생각은 해볼 만합니다. 2011년에 나온 영화가 시간을 화폐로 만들어버렸다는 설정 자체가 지금 다시 봐도 꽤 재미있는 이유입니다.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결국 사람들의 팔에 표시된 숫자입니다. 그 숫자는 단순히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죠.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숫자를 계속 확인하게 됩니다.
주인공 윌에게 남은 시간이 줄어들 때면 괜히 같이 초조해지고, 반대로 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순간에는 안도하게 됩니다. 평소라면 시계는 현재 시간을 알려주는 물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인 타임>에서는 시계에 표시된 숫자가 곧 생명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돈보다 시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돈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가져올 수 없으니까요. 어쩌면 영화가 던지는 질문도 단순한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시간이 정말 돈처럼 보인다면, 지금 무엇에 쓰고 있을까?’
2011년에 만들어진 SF 영화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이 질문이 예전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것은 결국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디에 쓸지는 각자가 선택해야 합니다.
<인 타임>은 시간이 화폐가 된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이면서,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가진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