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천녀유혼> 홍콩영화 황금기와 왕조현 근황

옴니버스로그 2026. 9. 8. 11:00

목차


    저는 국민학교 시절(지금은 초등학교죠),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제 아이들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신기해하는데, 그때는 아버지가 퇴근하시면 손을 잡고 동네 비디오 대여점까지 걸어가서 영화를 빌려보곤 했습니다.

     

    홍콩영화 마니아였던 형 옆에서 처음 봤던 영화가 바로 왕조현과 장국영의 천녀유혼이었습니다. 그때가 1990년대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홍콩영화 전성기였던 것 같습니다. 주윤발, 장국영, 곽부성, 주성치, 왕조현, 장만옥 같은 배우들과 왕가위, 서극  감독 이름이 아직도 기억나거든요.

     

    지금 보면 조잡하기 그지없는 특수효과였지만, 그 시절 저한테는 천녀유혼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그 뒤로 왕조현 포스터가 제 방 벽을 가득 채웠던 기억도 나고요.

    서생과 귀신의 사랑, 그 시절 이야기

    주인공 영채신(장국영)은 수금 일을 하다가 비를 피해 낡은 절 난약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서 섭소천(왕조현)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문제는 섭소천이 이미 죽은 귀신이고, 나무귀신이라는 존재한테 지배당해서 남자들을 유혹해 목숨을 빼앗는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영채신은 이 사실을 알고도 섭소천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검객 연적하와 함께 나무귀신에 맞서 싸우면서 섭소천을 구하려고 합니다.

     

    원작이 청나라 시절 소설 요재지이 속 '섭소천' 편이라고 하는데, 산 사람과 죽은 자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무협, 로맨스, 코미디, 공포를 다 섞어서 풀어낸 게 지금 봐도 신기합니다.

    천녀유혼

    그 시절이 진짜 홍콩영화 황금기였다

    이번에 찾아보다 알게 됐는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가 실제로 홍콩영화 최전성기가 맞더라고요. 주윤발이 영웅본색으로 홍콩 느와르 붐을 일으켰고, 장국영은 천녀유혼, 영웅본색, 아비정전 같은 작품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시절 홍콩을 '동방의 할리우드'라고 불렀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천녀유혼도 서극이 제작하고 정소동이 감독을 맡았는데, 이 두 사람은 이후에도 계속 같이 작업하면서 홍콩 판타지 액션의 한 축을 만들어갑니다.

     

    아쉽게도 1997년 홍콩 반환을 전후로 이 전성기가 저물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지금 다시 보면 이 시기 영화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 배우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장국영은 안타깝게도 2003년에 세상을 떠나서 이제는 스크린으로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존재감이 큰데, 왕조현이 매년 그의 기일마다 추모 영상을 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왕조현 본인은 2004년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거의 20년 가까이 공개 활동을 안 하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근황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중국 전통 뜸 치료 센터를 열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중국판 틱톡 격인 도우인에 개인 계정을 개설해서 하루 만에 팔로워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인생 전반부는 투쟁과 혼란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내면의 평화와 건강에 집중하고 싶다는 소감도 전했다고 하네요. 

    이 시절 함께 보면 좋을 홍콩영화들

    그때 그 시절 홍콩영화에 관심이 있으시면 다음 영화들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주윤발의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라는 장르 자체를 만든 작품이라 꼭 한 번은 봐야 할 영화입니다.(그 당시 영화를 본 남자들 모두 이쑤시개를 물고 코트를 입게 했다는 전설의 영화)

     

    장국영이 나온 작품 중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도 추천하는데, 천녀유혼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몽환적인 멜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좀 더 유쾌한 걸 원하신다면 주윤발 주연의 도신도 재밌습니다. 도박이라는 소재를 코미디처럼 풀어낸 오락 영화로, 천녀유혼과는 또 다른 매력의 주윤발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연걸의 황비홍 시리즈도 추천하고 싶은데, 무협 액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이 시기 홍콩영화의 스펙트럼을 넓게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께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