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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토이 스토리>를 보면서 장난감이 실제로 움직인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상상했던 것처럼,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비슷한 종류의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아마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왓 위민 원트>는 그런 상상을 그대로 영화로 옮긴 작품이었습니다.
여자 속마음을 듣게 된 남자
2000년에 나온 이 영화의 주인공 닉 마셜은 광고회사에서 잘나가던 남자입니다. 자신감 넘치고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닉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자신이 노리던 승진 자리에 달시 맥과이어라는 여성이 새로 들어오면서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닉은 자신이 당연히 승진할 거라고 생각했던 만큼 달시의 등장이 달갑지 않습니다.
달시는 닉에게 여성 소비자를 위한 광고 아이디어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닉은 여성들의 생각을 이해해보겠다며 집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합니다. 그러다 헤어드라이어를 든 채 욕조에 빠지는 어이없는 사고를 당하고, 다음 날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주변 여성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에는 이 능력을 승진과 연애에 써먹으려고만 합니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으니 닉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생긴 셈이니까요.
그런데 여자들의 진짜 생각을 계속 듣다 보니 자신이 평소에 알고 있던 것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요즘으로 치면 MBTI 같은 것
요즘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MBTI를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은근슬쩍 MBTI를 물어보고, "아,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는구나" 하고 납득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네 글자만으로 사람을 전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MBTI를 궁금해하는 이유도 결국 상대를 조금 더 이해해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마음은 더 커집니다. 저 사람은 어떤 말을 좋아할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어떻게 보일지 이것저것 신경 쓰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닉의 능력은 우리가 MBTI나 여러 가지 단서로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을 아예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정답을 알고 나면 정말 편해질까요? 궁금한 것을 알아버리는 것과, 그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
다 알아버리면 오히려 피곤해지는 것들
닉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여가지만, 동시에 원하지 않았던 생각들까지 계속 듣게 되면서 점점 지쳐갑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는 사람이 속으로는 자신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 상대에게는 상처가 됐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을 일들을 전부 알아버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경쟁자였던 달시에게 닉이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달시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능력 덕분에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에게 진짜로 마음이 가기 시작하면서 관계가 달라집니다.
결국 닉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의 마음은 단순히 능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상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20년도 더 지난 영화라 지금 보면 당시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던 닉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상대에게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상대의 마음을 전부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상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