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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TV에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을 보다가 문득 예전에 유행했던 생존 콘텐츠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 중 하나가 <캐스트 어웨이>가 아닐까 싶어 다시 찾아보게 됐습니다.
헐리우드 대표 배우 톰 행크스는 인간미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캐스트 어웨이>를 특히 좋아합니다.
무인도를 탈출하던 척이 배구공 윌슨을 파도에 떠내려 보내며 절규하는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마음이 찡합니다. 4년 동안 아무도 없는 섬에서 버틸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친구였으니까요. 그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무인도에서 4년, 척 놀랜드의 생존기
주인공 척 놀랜드는 페덱스에서 일하는 워커홀릭입니다.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급한 일 때문에 자리를 뜰 정도였으니까요.
그가 탄 화물기가 태평양 상공에서 폭풍을 만나 추락하고, 유일한 생존자인 척은 무인도에 떨어집니다. 불 피우는 법도 몰랐던 사람이 물고기 잡는 법, 코코넛 까는 법을 하나씩 익혀가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입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배구공 윌슨이 등장하죠. 비행기 화물 중에 있던 배구공에 피 묻은 손자국으로 얼굴을 그려 넣고 이름을 붙여서 말을 거는 장면, 처음엔 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윌슨한테 정이 들어버립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시인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이 영화의 진짜 재미인 것 같습니다.
1년간 멈췄던 촬영, 진짜 변신이었다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다가 새삼 놀랐던 사실이 하나 있는데, 촬영이 실제로 1년 가까이 중단됐었다는 겁니다.
무인도에 가기 전 통통한 회사원 모습을 먼저 찍은 다음,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가 촬영을 완전히 멈췄는데 이유는 톰 행크스가 4년간 무인도에서 산 사람처럼 보이려면 실제로 살을 빼고 머리와 수염을 길러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이 20킬로 이상 감량했다고 하니, CG나 분장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보여준 셈입니다.
재밌는 건 그 1년 동안 저메키스 감독이 놀지 않고 같은 스태프로 다른 영화(왓 라이즈 비니스)를 찍어서 먼저 개봉시켰다는 겁니다. 촬영 공백 하나로 영화 두 편이 나온 셈인데, 이런 뒷이야기를 알고 나니 후반부 수척해진 톰 행크스의 모습이 예전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옵니다.
윌슨과의 이별, 그리고 낯설어진 집
척이 뗏목을 만들어 탈출하다가 폭풍 속에서 윌슨을 놓치는 장면은 저한테도 오래 남은 장면입니다.
필사적으로 손을 뻗다가 결국 포기하고 오열하는 모습이, 단순한 배구공 하나를 잃은 게 아니라 4년간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가족 같은 존재를 잃은 걸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겨우 구조돼서 돌아왔지만, 자신을 이미 죽은 사람으로 여기고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연인과 마주하는 장면 처음엔 뭔가 배신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켈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겠다 싶습니다.
몇 년을 죽은 줄 알고 살았을 텐데 영화는 이 부분에서 딱히 누구 잘못이라고 정리해주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넘어갑니다.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입니다.

결국 혼자 살아남는다는 것
예전에는 이 영화를 그냥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척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먹을 것이나 물이 부족했던 시간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버텨야 했던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힘들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삶이 그대로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죠. 켈리도 척도 누구 하나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혼자 살아남는 것보다 다시 살아가는 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