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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 특종 취재 중 시작되는 악몽, 좀비가 아니였다.

옴니버스로그 2026. 9. 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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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나이지만 저는 아직도 귀신 나오는 영화는 무서워 거의 눈을 감고 보는 쫄보인데, 이상하게 좀비 영화는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좀비 영화는 <새벽의 저주>였는데, 어느 날 인터넷으로 좀비 영화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게 바로 이 알이씨(REC)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스페인 좀비 영화인가 보다 하고 봤는데, 정말 색다른 영화였습니다. 분명 좀비물로 시작하는데 마지막 엔딩은 뜬금없이 종교적인 내용으로 흘러가더라고요. 그게 너무 신선해서 1편부터 3편까지 다 찾아봤는데, 역시 전작을 이기는 속편은 없다고, 저는 1편이 가장 재밌었습니다.

    리얼리티 방송처럼 시작되는 악몽

    주인공 앙헬라는 소방관들의 밤샘 근무를 밀착 취재하는 TV 리포터입니다. 카메라맨과 함께 소방서에서 대기하던 중 한 아파트에서 노인의 비명 신고가 들어오고, 별생각 없이 취재차 따라나섰다가 완전히 다른 상황에 휘말리게 됩니다.

     

    알이씨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맨의 시점으로만 진행되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흔들리는 화면, 갑자기 꺼지는 조명, 좁은 복도에서 마주치는 감염자들까지, 이 모든 게 마치 내가 직접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건물이 순식간에 봉쇄되고 주민들이 하나둘 감염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공포는 제작비가 크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밀도 있게 그려집니다.

    • *파운드 푸티지: '발견된 영상'이라는 뜻으로, 촬영자가 실종되거나 사망하여 제삼자가 우연히 발견한 미편집 원본 기록인 것처럼 꾸민 영화 및 영상 기법(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일종입니다.

    ○REC

    좀비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빙의였다

    알이씨를 보다 보면 감염자들이 단순한 좀비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실제로 결말부에서 이 의문이 풀립니다. 확인해 보니 이 영화의 최종 정체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악마 빙의였습니다.

     

    극 후반, 앙헬라와 카메라맨이 건물 꼭대기 펜트하우스로 몰리게 되면서 그 집이 바티칸 요원의 은신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벽에 붙은 신문 스크랩과 녹음테이프를 통해, 트리스타나 메데이로스라는 소녀가 악마에 빙의됐고 바티칸이 이를 은밀히 조사하던 중 그 현상이 전염성을 가진 형태로 변질됐다는 설정이 드러납니다. 즉 감염자들은 바이러스에 걸린 좀비가 아니라, 악마적 힘에 지배당한 존재들이었던 셈입니다.

     

    좀비 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마지막에 엑소시즘 영화로 장르가 뒤바뀌는 이 반전이, 제가 이 영화를 계속 다시 찾아보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1~3편까지 다 봤지만, 역시 1편

    이 반전이 워낙 강렬해서 저는 곧바로 2편, 3편까지 이어서 찾아봤습니다. 2편은 1편 바로 직후 상황을 다루면서 종교적 설정을 더 노골적으로 풀어내고, 3편은 아예 분위기를 바꿔서 코미디에 가까운 톤으로 갑니다.

     

    나름 각자의 매력은 있었지만, 저한테는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처음 마주하는 공포와 반전을 온전히 느꼈던 1편이 가장 강렬했습니다.

     

    후속편들은 이미 설정을 알고 보게 되니까 아무래도 그 순수한 긴장감을 다시 느끼기는 어렵더라고요. 전작을 이기는 속편 없다는 말이 딱 여기에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올여름 끝자락에 꼭 1편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