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의 답답함을 피해 숨어들듯 보았던 영화가 있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영상 매체가 아니라, 삭막한 교실이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 세상과 인간에 대해 눈뜨게 만들어 준 생애 첫 시네마틱 충격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감동은 시간이 흘러 두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까지도 바래지 않아, 매년 연말이나 삶이 가파르게 느껴질 때면 어김없이 다시 꺼내어 보는 저만의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나이가 들고 처한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앤디가 품은 눈빛의 의미는 새롭게 다가왔고,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일상 속에서 묵묵히 내면의 벽을 두드릴 용기를 채워주는 가장 확실한 처방전이 되어 주었습니다.쇼생크탈출속 앤디의 인내와 성장은행 부지점장이었던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개봉 당시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코미디로 시작해 스릴러로, 그리고 씁쓸한 비극으로 넘어가는 전개에 숨 쉴 틈이 없었습니다. 최근 다시 정주행 하면서 처음 볼 때는 놓쳤던 디테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와, 오늘은 그 지점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어보고 싶었습니다.두 가족이 마주한 계급의 벽(줄거리)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은 우연한 계기로 부유한 박 사장 가족의 집에 하나둘씩 스며듭니다. 장남 기우가 과외 선생으로 위장 취업한 것을 시작으로, 여동생 기정은 미술 치료사로, 아버지 기택은 운전기사로, 어머니 충숙은 가사도우미로 자리를 잡으며 온 가족이 박 사장 집에 기생하듯 자리 잡습니다. 처음..
오랜만에 집에서 조용히 화면을 마주하려는데, 평소 상상력이 남달라 머릿속에 온갖 기발한 이야기와 질문이 가득한 둘째 아이가 옆으로 쓱 다가와 나란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평소 판타지 세계나 유령, 신비로운 사후세계 이야기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이던 아이라 이번 주말 홈시네마 영화로 고른 작품이 바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였습니다. 처음에는 화려한 색감과 신나는 멕시코 음악이 반겨주는 가벼운 가족용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일 거라 가볍게 생각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흘러가며 누군가의 기억과 가족이라는 무거운 생명의 무게를 건드리는 순간,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화면을 응시하던 아이의 눈가에도, 제 눈가에도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맺히고 말았습니다. 죽은 자들의 세상이라는 기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