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인생 영화로 파이트 클럽을 꼽았다가 "폭력 미화 영화 아니냐"는 말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히 따로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는 제대로 설명을 못 했습니다. 집에 와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결국 제 생각이 정리됐고, 그 과정을 여기에 풀어봅니다. 파이트 클럽이 실제로 말하는 것: 소비주의 비판이 영화를 봤을 때는 저도 반전과 격투 장면에만 꽂혔습니다. 타일러 더든이 내뱉는 대사들이 멋있다고만 느꼈지, 그게 무엇을 겨냥한 말인지는 한참 뒤에야 이해했습니다.영화의 주인공은 보험회사 사고 조사원으로 일하며 매일 출장을 반복합니다. 그의 유일한 낙이 이케아(IKEA) 카탈로그를 넘기는 것이라는 설정은, 사실 현대 소비 사회를 꽤 날카롭게 묘사한 장치입니다. 소비주의(C..
사람들을 가장 많이 웃기고 감동을준 배우가 정작 자신은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 그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TV에서 우연히 로빈 윌리엄스를 다시 만난 날, 저는 그의 영화들을 하나씩 떠올리다가 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웃음으로 환자를 고치겠다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가 연기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지만, 정작 실제 헌터 아담스가 영화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졌다는 사실이 더 궁금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시작된 치료의 씨앗영화는 헌터 '패치' 아담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헌터 아담스는 입원 생활을 하면서 병실 동료들을 웃게 만드는 일이 자신의 회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몸으로 먼저 경험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그가 정립하는 유머 치료(Humor Therapy)의 출발점..
첫사랑이 이루어지면 행복할까요? 저는 을 다시 보면서 이 영화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04년 개봉한 닉 카사베츠 감독의 이 작품은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철 맥아담스가 주연을 맡았고, 전 세계 흥행 수익 약 1억 2,266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줄거리 절반쯤은 잊고 있었는데, 노년의 노아가 책을 읽어주는 장면만은 이상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계급 차이, 사랑 앞에서 실제로 얼마나 높은 벽일까노아와 앨리의 관계를 단순히 "가난한 남자와 부유한 여자의 사랑"으로 읽으면 절반만 본 셈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40년대 미국 남부로, 지금보다 계층 이동성(social mobility)이 훨씬 낮던 시대입니다. 계층 이동성이란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만으로 자신이 태어난 ..